난 "회식"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단체로 밥을 먹고 이야기하고 하는게 그리 편하지 않다.
그럴때면 음식이 맛있는지 맛없는지 구분조차 잘 가지 않는다.
물론 모든 종류의 모임을 싫어할만큼 비사회적인 사람은 아니다.
그냥 친한 사람들 3-4명씩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고 고려하여
갈 곳을 고르고 즐겁게 이야기하고 오는 모임들은 좋아한다.
근데 이건 나 개인만의 일은 아니다.
학교에서 회식을 잡으면 "술을 좋아하거나", "그런 분위기를 즐기는"
일부 선생님들께는 즐거운 일이겠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썩 즐기지는 않는 것 같다.
아님 하더라도 빨리 끝났으면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물론 어떤 종류의 회식인가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개인적인 용무가 바빠 어떻게 빠져나갈지를 궁리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해가 갈수록 더해지는 것 같다.
내가 첫해 이학교에 왔을 때만 해도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늦게까지 남아서 부어라 술을 마시며
술잔을 들고 여기저기 자리를 옮겨가며 엄청 활발하게 이야기가 이루어졌다.
근데 갈수록 회식의 횟수도, 회식에 소요되는 술도, 회식의 시간도 줄어드는걸 느낀다.
아마도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부어라 죽어라 마셔대는 걸 썩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일부 선생님들은 1차가 끝나면 2차에 참석하지 않고 삼삼오오 모여 카페에 가기도 한다.
근데 최근의 미스 함무라비를 보며,
회식을 불편해하는 임바른 판사(김명수)를 보며 생각했다.
내가 부장으로 있는 이 부서의 사람들도
우리 부서회식을 불편해하지 않을까?
(대략 10명 정도 된다.)
이번 기말고사 기간에 있을 우리 부서 회식을 앞두고
부장으로서 부서원들 의견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회식실시에 대한 의견을 묻는 구글 설문지를 만들었고,
링크를 걸어 부서원들에게 문자로 보내 물어보았다.
(구글 설문조사는 기본적으로 익명이 보장된다.)
결과는 아래와 같다.
그래도 우리부서는 대체로 경력이 짧고
나이가 젊은 사람들로 구성되어 회식이 불편하지 않은가보다란 생각이 들었고,
결국 회식을 했고, 부서원들이 술 마시길 원하지 않는 것 같아
5시쯤 시작된 회식은 냉면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8시쯤 끝이 났다.
내 생각엔 그렇다.
회식을 하는 이유는
조직이나 단체의 소통과 화합을 위해서이다.
학교의 경우에는 구성원이 자주 바뀌고, 더군다나 우리같이 큰 학교에서는 한 학기 지나도록
서로의 이름을 모르는 경우도 실제로 존재하기도 한다.
평소에 자기수업하고 자기반 관리하느라 단절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직원체육이나 회식을 통해 소통과 화합의 기회를 가지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수업을 하기 때문에 별다른 시간을 내기 어렵기도 하다.
근데 사실 정말로 필요한 경우에는 학교내에서 선생님들끼리 열심히 소통하고,
학년부의 경우에는 회의도 자주하고 시험기간마다 회식을 가지며 친목이나 단합을 도모하고,
학생지도와 관련하여 자주 소통할 수 밖에 없다.
부서도 부서일로 자주 이야기할 기회를 가지며 옆에 앉은 선생님과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다.
발령동기들은 동기들끼리 친한 선생님들은 그들끼리 자주 모인다.
그리고 수업을 위한 소통이라면 수업전문공동체에 대해 교육청에서 많은 지원을 한다.
사실 회식에서는 정말 속깊은 이야기나 진정한 소통이 일어나는지 난 잘모르겠다.
그럼에도 학교에서 회식이 필요한 이유는?
-술마시고 취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진정한 화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모든 구성원이 함께 하는 것이 진정한 화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평소에 구성원들끼리의 소통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구성원들과 소통하고 싶은 관리자들의 마음때문에?
난 잘 모르겠다. 회식을 정말 해야 하는지?
그렇지만 소심한 나는 대놓고 거부하지 못하고
내일 학교에서 한다는 남선생님들만의 직원체육에 또 참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스 함무라비의 작가 판사 문유석의 회식에 관한 일침을 인용해본다.
저녁 회식 하지 마라. 젊은 직원들도 밥 먹고 술 먹을 돈 있다. 친구도 있다. 없는 건 당신이 뺏고 있는 시간뿐이다. 할 얘기 있으면 업무시간에 해라. 괜히 술잔 주며 ‘우리가 남이가’ 하지 마라. 남이다. 존중해라. 밥 먹으면서 소화 안 되게 ‘뭐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자유롭게들 해 봐’ 하지 마라.
근데 일반 회사에 비하면 학교의 경우는 아주아주 행복한 고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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