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敎師의 日記

집돌이의 자가격리

창문을 열고 뛰어 내리고 싶을 정도에요

 

자가격리를 담당하고 있는 시청의 납세과 공무원의 이야기였다. 그 공무원은 나에게 몇 차례 전화를 걸었고, 몇 차례 우리집을 방문하기도 했다. 물론 현관까지였다. 그 통화중 자가격리하느라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고, 난 생각보다 갑갑해서 창문을 열고 20분을 하염없이 밖을 쳐다본 적이 있다고 하니 위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며 나에게 말했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수업받는 학생중 확진자가 나왔고 그 학생이 등교중 감염가능성이 있었던 이틀간 수업을 했던 모든 교사들과 그 반 학생들이 자가격리되었다. 처음에만 해도 뭔가 신났다. 난 원래 집에 있는 것을 너무 좋아했고, 읽고 싶던 책도 있을 시간이 있을 것 같고, 재밌는 드라마다 정주행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아침저녁으로 운동을 하며 몸도 만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무엇보다 뭔가 색다른 경험을 은근히 즐기는 나는 자가격리 생활이 은근히 기대되었다.

 

하지만 첫날부터 학교 업무와 관련해 과한 스트레스를 주는 전화를 몇 통 받았고, 집에서 실시간 온라인 수업을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아침 저녁으로 운동을 하고 내가 목표했던 생활들을 즐겼다. 그러다가 자가격리가 5~6일째 정도 되는 날, 운동을 하는데 갑자기 너무 힘들었다. 딱 그 시점부터 시작해 너무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운동을 하려 했으나 너무너무 하기 싫었고, 창문을 열고 밖을 자유롭게 활보하는 사람들을 보기 시작했다. 실시간 온라인 수업도 은근히 스트레스였고, 뭔가 해야 할 일들이 조금씩 쌓이기 시작하였으나 진도는 나가지 않았다. 넷플릭스를 신청해 이런저런 드라마나 영화를 보았으나 그것도 그다지 재미있지 않았다. 책도 눈에 안 들어왔고, 수업 준비를 해야 했으나 수업 준비도 잘 되지 않았다.

 

난 내가 정말 집돌이라고 생각했다.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상하게 집 밖만 나가면 집에 빨리 돌아가고 싶어졌다. 방학때도 돌아다니는 것보다 집에 있는 것을 좋아했다. 근데 "나가지 않는 것"과 "나갈 수 없는 것"은 너무나 큰 차이였다. 군대 있을 때가 생각났다. 몇 시간의 외출이 너무너무 소중했고, 외박 몇 일 전에는 설레어 잠도 잘 오지 않았던....그리고 난 절대 범법 행위를 해서 감옥에 가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자가격리자는 자가격리 앱을 설치해야 했다. 그리고 매일 2회씩 자가진단을 해서 보고해야 했다. 나는 스스로도 궁금하고 약간의 걱정도 있었기에 매일아침 저녁으로 집에 있는 접촉식 체온계로 체온을 측정했다. 그럴 때마다 항상 정상이었고, 코로나 위험성이 없다는 판단이 있어서 밤에 사람이 없을 때 휴대폰을 두고 잠시라도 밖에 바람쐬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내 성격은 그런 행위를 할 수 있는 성격은 못 되었다. 자동으로 위치정보를 항상 수집하는 자가격리자 앱에서 자가격리자를 이탈했는지 확인바랍니다. 라는 팝업창이 뜰 때도 가슴이 잠시 움츠러들었던 사람에게 무슨 그런...

 

그럼에도 나를 위로했던 것은 옆에 같이 있었던 사람의 존재였고, 한편으로는 쿠팡과 배민이었다. 쿠팡과 배민의 시스템이 없었던 시대에 코로나가 터졌다면...자가격리를 위반하는 사람이 지금보다 훨씬 늘고 창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어하는 사람이 늘어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 자가격리가 해제되었고, 기껏 와이프랑 동네의 스타벅스를 잠시 다녀왔다.

오랜만에 가는 학교가 기대도 되고, 두렵기도 하다.

 

김해시의 자가격리자 키트

 

나의 자가격리 담당 공무원은 시청의 납세과 공무원이었다. 평일에는 전화로 자가격리자들을 관리하고 주말에는 직접 자가격리자 집을 방문하여 자가격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관리하였다. 관리하는 방법은 현관문을 열어 팔을 내밀어보라고 하였고, 팔 사진을 찍어갔다. 그리고 자가격리가 이루어진 다음날은 자가격리 물품과 자가격리 통지서 등을 집 앞에 직접 와서 두고 가기도 했다. 같은 공무원으로서 주말에 그렇게 일하고 평일에 자기 일 외에 추가로 일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귀찮은 일인지 아는데 너무 열심히 하는 모습이 안쓰러웠고 감동이었고 고마웠다. 물론 그 공무원 이외에도 코로나로 훨씬 더 힘들게 일하는 공무원들이 많을 것이다. 그들 모두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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