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고
그저께 아침 출근길.
난 평소처럼 뒤에서 두 번째 칸에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후 지하철이 들어오고...
근데 한참 들어오던 지하철이 갑자기 멈추는 것이다.
나는 여느때처럼 초보 기관사가 줄을 잘 못 맞춰서 그런거라 생각하고
빨리 들어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근데 저 멀리 앞쪽에서 갑자기 사람들이 웅성웅성거린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웅성거림이 커지고...
난 가만히 서 있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 무슨 일이 일어났나
궁금해 앞으로 가봤고,
어느 아저씨가 주변 사람들에게
당황한 목소리로 다급하게 이야기한다
"여기 이렇게 같이 서 있다가 갑자기 뛰어들었어요...갑자기 뛰어들어서...어떻게 할 수가..."
난 무서웠고
더 이상 가까이 가지 못하고
반대편으로 돌아섰다.
내가 있는 곳까지 돌아왔다가
그냥 버스를 타기 위해 지하철역을 나왔다.
도저히 지하철을 타고 갈 수 없을 것 같았다
#2 무관심
사고가 일어나고
사람들의 웅성거림에
무슨 일인가 궁금했던 나는 사고가 일어난 근처로 걸어갔다.
근데 이상했던 건
무슨 일인가 궁금해서 걸어가고 있는 건 나 혼자 밖에 없었다.
사실 그 때만 해도 나 역시도
그냥 물건이 떨어진 조그만 사고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내가 사고 현장 근처로 갔다가
돌아오는 길까지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냥 1/3정도의 사람들은 매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 쪽을 쳐다보고 있었긴 했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그냥 매우 일상적인 표정으로
지하철이 빨리 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뒤늦게 반대쪽 플랫폼으로 갔다가
시신까지 목격하게 된 동생이 갔을때도
사람들은 움직이지도 않고 자신이 기다리던 위치에서 그대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물론, 자살 사고 였다는 것을 알았다면
사람들이 이러지까지는 않았을테지만,
그 광경은 너무나 놀랍고 무서웠다.
사람들의 일상적인 무관심.같은 거.
저 쪽에서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났을텐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의 무관심.
이 그저께의 그 사고보다 나는 오히려 더 무서웠다.
#3 한국
뒤늦게 반대편 플랫폼에 도착해
시신을 목격한 동생에 따르면
노숙자 할아버지 같다고 했다.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고, 다리는 절단되어 있었다고 했다.
검색을 통해 겨우 찾아낸
뉴시스의 매우 짧은 단신에 따르면
75세 오 모씨라고 한다.
이 이야기를 했더니 사무실의 한 분이
OECD국가에서 한국의 자살률이 가장 높은데
그 이유는 노인의 자살 비율이 가장 높기 때문이며
이는 계속적으로 높아가고 있다고 한다.
갑자기 급속히 늘어가고 있는
길거리에서 종이를 줍고 모으러 다니는 노인들이 떠올랐다.
한국사회는 갈수록
모든 것을 경쟁속으로 몰아넣고,
거기에서 살아남는 자만이 힘겹지만, 그남아 떳떳하게 살고 있는 사회같다는 생각이 든다.
취직한 자만이 떳떳할 수 있고,
대학에 간 자만이 떳떳할 수 있고,
어느 정도의 여유를 가진 자만이 떳떳할 수 있는 사회.
그 속에서 경쟁력이 없고,
빠르게 변해가는 사회에 적응할 수 없는 게 어쩌면 당연한
돈이나 든든한 자식마저 가지지 못한
노인들의 살 길은 더욱 막막해지고 있는 거구나...
그제서야 깨닫는다.
그리고 OECD국가에서
그러니까 수많은 자본주의 국가들 사이에서
유독 한국의 노인 자살률이 높다는 건
이런 것이 자본주의만의 문제로 돌릴 수는 없지 않을까?
그리고 또한 경제가 발전해가면서
오히려 덜해지기는 커녕 문제가 더욱더 심각한 방향으로만 흘러가고 있는
한국사회가 안타깝고,
또한 무섭다.
나는 그나마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고 아직까지는 살아 버티고 있지만,
살아남기 위해, 나는 다른 사람들을 제쳐야 했고,
그들의 불행속에서 나름의 안도감을 느끼는
현재의 내 모습이 부끄럽기도 무섭기도 하다.
그리고 언제든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4 자살
그 노숙자 같다던 75세의 할아버지 오 모씨는
왜 지하철에서 죽었을까?
를 생각해본다.
그 지하철에 뛰어들기를 선택한
끔찍한 자살의 방법을.
그리고 고상하게
자신의 서재에서 권총으로 자살했다는
서양의 몇 몇 학자와 소설가들을 떠올려본다.
어쩌면
그 할아버지에게 지하철은
자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도시에서 농약이나 약품을 통해 자살하기엔
할아버지는 돈이나 방법들을 잘 몰랐을테고,
목을 매어 자살하기엔
할아버지의 힘은 약했을테고,
아파트나 빌딩에서 뛰어내려 자살하기엔
입구부터 철저히 검색하는 그런 건물들에 출입조차 쉽지 않았을테고,...
등 등...
어쩌면 그 할아버지는 지하철외에
특별히 자살을 위한 방법을 찾기 힘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너무나 슬픈 일이다.
그리고
그런 사고가 너무나 많이 일어나는 요즘같은 때에
그 기사는 겨우 한 언론사의
검색해서만 알 수 있는
매우 짧고짧은 단신으로 나왔을 것이다.
어느 배우의 자살은
전국민의 애도를 받고 위로를 받는게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면서
그 할아버지의 자살은
군대에서의 자살은
너무나 쉽고 함부로 다루어지지 않는가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어쩌면 다 똑같은 죽음일텐데..
난 그냥 누군가
사회에 의미있는 사람들이 죽었을 때
그 사람에게 무조건적으로 애도를 보내는 것이 너무 싫다.
지금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운 죽음을 많이 하고 있을텐데...
그저께 아침 출근길.
난 평소처럼 뒤에서 두 번째 칸에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후 지하철이 들어오고...
근데 한참 들어오던 지하철이 갑자기 멈추는 것이다.
나는 여느때처럼 초보 기관사가 줄을 잘 못 맞춰서 그런거라 생각하고
빨리 들어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근데 저 멀리 앞쪽에서 갑자기 사람들이 웅성웅성거린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웅성거림이 커지고...
난 가만히 서 있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 무슨 일이 일어났나
궁금해 앞으로 가봤고,
어느 아저씨가 주변 사람들에게
당황한 목소리로 다급하게 이야기한다
"여기 이렇게 같이 서 있다가 갑자기 뛰어들었어요...갑자기 뛰어들어서...어떻게 할 수가..."
난 무서웠고
더 이상 가까이 가지 못하고
반대편으로 돌아섰다.
내가 있는 곳까지 돌아왔다가
그냥 버스를 타기 위해 지하철역을 나왔다.
도저히 지하철을 타고 갈 수 없을 것 같았다
#2 무관심
사고가 일어나고
사람들의 웅성거림에
무슨 일인가 궁금했던 나는 사고가 일어난 근처로 걸어갔다.
근데 이상했던 건
무슨 일인가 궁금해서 걸어가고 있는 건 나 혼자 밖에 없었다.
사실 그 때만 해도 나 역시도
그냥 물건이 떨어진 조그만 사고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내가 사고 현장 근처로 갔다가
돌아오는 길까지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냥 1/3정도의 사람들은 매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 쪽을 쳐다보고 있었긴 했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그냥 매우 일상적인 표정으로
지하철이 빨리 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뒤늦게 반대쪽 플랫폼으로 갔다가
시신까지 목격하게 된 동생이 갔을때도
사람들은 움직이지도 않고 자신이 기다리던 위치에서 그대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물론, 자살 사고 였다는 것을 알았다면
사람들이 이러지까지는 않았을테지만,
그 광경은 너무나 놀랍고 무서웠다.
사람들의 일상적인 무관심.같은 거.
저 쪽에서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났을텐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의 무관심.
이 그저께의 그 사고보다 나는 오히려 더 무서웠다.
#3 한국
뒤늦게 반대편 플랫폼에 도착해
시신을 목격한 동생에 따르면
노숙자 할아버지 같다고 했다.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고, 다리는 절단되어 있었다고 했다.
검색을 통해 겨우 찾아낸
뉴시스의 매우 짧은 단신에 따르면
75세 오 모씨라고 한다.
이 이야기를 했더니 사무실의 한 분이
OECD국가에서 한국의 자살률이 가장 높은데
그 이유는 노인의 자살 비율이 가장 높기 때문이며
이는 계속적으로 높아가고 있다고 한다.
갑자기 급속히 늘어가고 있는
길거리에서 종이를 줍고 모으러 다니는 노인들이 떠올랐다.
한국사회는 갈수록
모든 것을 경쟁속으로 몰아넣고,
거기에서 살아남는 자만이 힘겹지만, 그남아 떳떳하게 살고 있는 사회같다는 생각이 든다.
취직한 자만이 떳떳할 수 있고,
대학에 간 자만이 떳떳할 수 있고,
어느 정도의 여유를 가진 자만이 떳떳할 수 있는 사회.
그 속에서 경쟁력이 없고,
빠르게 변해가는 사회에 적응할 수 없는 게 어쩌면 당연한
돈이나 든든한 자식마저 가지지 못한
노인들의 살 길은 더욱 막막해지고 있는 거구나...
그제서야 깨닫는다.
그리고 OECD국가에서
그러니까 수많은 자본주의 국가들 사이에서
유독 한국의 노인 자살률이 높다는 건
이런 것이 자본주의만의 문제로 돌릴 수는 없지 않을까?
그리고 또한 경제가 발전해가면서
오히려 덜해지기는 커녕 문제가 더욱더 심각한 방향으로만 흘러가고 있는
한국사회가 안타깝고,
또한 무섭다.
나는 그나마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고 아직까지는 살아 버티고 있지만,
살아남기 위해, 나는 다른 사람들을 제쳐야 했고,
그들의 불행속에서 나름의 안도감을 느끼는
현재의 내 모습이 부끄럽기도 무섭기도 하다.
그리고 언제든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4 자살
그 노숙자 같다던 75세의 할아버지 오 모씨는
왜 지하철에서 죽었을까?
를 생각해본다.
그 지하철에 뛰어들기를 선택한
끔찍한 자살의 방법을.
그리고 고상하게
자신의 서재에서 권총으로 자살했다는
서양의 몇 몇 학자와 소설가들을 떠올려본다.
어쩌면
그 할아버지에게 지하철은
자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도시에서 농약이나 약품을 통해 자살하기엔
할아버지는 돈이나 방법들을 잘 몰랐을테고,
목을 매어 자살하기엔
할아버지의 힘은 약했을테고,
아파트나 빌딩에서 뛰어내려 자살하기엔
입구부터 철저히 검색하는 그런 건물들에 출입조차 쉽지 않았을테고,...
등 등...
어쩌면 그 할아버지는 지하철외에
특별히 자살을 위한 방법을 찾기 힘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너무나 슬픈 일이다.
그리고
그런 사고가 너무나 많이 일어나는 요즘같은 때에
그 기사는 겨우 한 언론사의
검색해서만 알 수 있는
매우 짧고짧은 단신으로 나왔을 것이다.
어느 배우의 자살은
전국민의 애도를 받고 위로를 받는게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면서
그 할아버지의 자살은
군대에서의 자살은
너무나 쉽고 함부로 다루어지지 않는가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어쩌면 다 똑같은 죽음일텐데..
난 그냥 누군가
사회에 의미있는 사람들이 죽었을 때
그 사람에게 무조건적으로 애도를 보내는 것이 너무 싫다.
지금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운 죽음을 많이 하고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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