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자마자 콜록콜록.
감기로 인한 기침때문에 숨은 막혀오고..
맹훈련은 커녕, 연습 한 번 못하고,
대회 시간에 늦어 허겁지겁 뛰어가서 준비운동 한 번 할 시간도 없이
감기에 걸린 몸을 이끌고 곧바로 출발!!
원래, 앞에 나서서 출발하는 성격이 아닌 관계로
뒤에 사람들 틈새에서 어슬렁어슬렁 거리다가 출발했다.
(어차피 내가 출발지를 지나야 기록체크가 시작되므로 언제 출발하는지는 무방하다)
나는 좀 드넓은 도로에서 차들을 막아놓고 그래도 좀 폼나게 뛰는줄 알았더만,
그냥 한강변에 좁은 자전거 길 같은데를 뛰는 거였다.
1000명 이상(10km참가자)이 한꺼번에 뛰다보니,
내 페이스 유지고 뭐고 이런 건 없었다.
거의 사람들 틈에 이끌려 끌려가는건지, 내가 뛰어가는건지...?..
큰 욕심을 낸다면 사람들을 비집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겠지만,
뭐...굳이 그렇게까지...라고 생각하며
사람들 틈에 묻혀서 뛰었다.
(정말로 특별한 이유없이 사람들 틈을 비집고 나가는 건 내 특기가 아니다.)
그냥 다들 이러니까 그러나보다 하고 뛰고 있는데,
3km정도가 지났는데도 사람들은 별로 지쳐서 떨어나가지도 않고,
나도 하나도 안 힘들었다.
이렇게 가다간 10km도 힘 하나 안들이고 뛸 것 같았다.
그리고 조금씩 3km가 넘어가자 이미 5km반환점을 돌아오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거다.
안 되겠다 싶어 속력을 내려다가
그냥 5km가 지나서 속력을 내어보자는 생각에
그럭저럭 천천히 5km를 달렸다.
딱 5km를 지나니까 이런 식으로 뛰면
지나온 것보다 1.5배는 빨리 뛸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 때부터 급피치를 내기 시작했다.
보폭을 늘리고, 속력을 2배 정도로 늘렸다.
근데 그렇게 한1km를 겨우 갔을 뿐인데
다리도 조금씩 뭉쳐오는 것 같고,
호흡도 심각하게 가빠지고,
힘도 다 떨어져 나가고...
너무 무리를 해 버렸는지
앞으로 뛸 4km가 아득하게 느껴졌다...
그 때부터 속도를 늦추고
조금씩 즐기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내가 10km를 뛸 수 있을까?
얼마쯤 기록이 나올까?
를 염두에 두고 뛰었다면
마라톤을 뛰는 내 모습에 갑자기 무한정 즐거워지는 것이었다.
그제서야 옆에서 같이 뛰는 사람들도 보이고,
한강도 보이고,
한강 다리위로 지나다니는 차들도 보이고..
그렇게 조금씩 즐기면서 페이스 조절을 하면서
와...이런게 인생이구나..
사람들은 그래서 마라톤을 인생에 비유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사람들은 언제나 유치하게도 그 모든 것에 인생을 비유하곤 한다.
마라톤에도, 축구에도, 바둑에도, 요리에도, 음악에도...
언제나 그냥 갖다붙이면 다 인생이냐?
라고 불평하며, 유치한 사람들을 비난했지만,
뭐...그 모든게 인생이 아닐까?
그러면서 마라톤이야말로 진짜 인생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논리적으로 설명하긴 힘들지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삶의 모습과
지금 내가 뛰고 있는 현재의 모습이
지금 삶에서 내가 서 있는 위치와
지금 레이스에서 내가 서 있는 위치가
이상하게도 오버랩이 되는거....
암튼...
뭐...즐겼다고는 했지만
그 즐김은 완벽하지는 못했고,
어떻게든 빨리 들어와볼라고 발버둥쳤고,
그렇게 해서 출발한지 57분이 조금 지나 골인했다.
남자 10km를 뛴 사람중에 중간 정도의 기록이다.
근데 5km통과기록이 나보다 늦은 사람가운데
나보다 기록이 좋은 사람이 1명밖에 없다는데서
나름의 위로를 해본다.
원래 오래달리기 같은 데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1등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상한 판타지가 있긴 했지만,
꾸준히 운동을 해왔던 사람들을 당해낼 재간은 없었다.
그렇게 마라톤은 끝났고,
남은 건 완주기념 메달과
온 곳이 쑤시는 다리....
조금만 더 열심히 운동한다면 20km에도
도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데
과연 할 수 있을까?
나도 나를 믿을 수가 없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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