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生活의 發見

자유로운 경쟁

옆에서 동생이 계속 투덜댄다.
KTX너무 하는 거 아니냐고..
이렇게 많은 사람이 겨우 20%작은(거의 4만원에 육박하는) 금액으로
3시간을 너무나 힘들게 서서 오도록 하는거 아니냐고..

설날연휴가 끝난 오늘 새벽5시
동생과 나는 마지막남은 2장의 KTX입석표를 구해
동대구부터는 서서 서울을 왔다.
예전에 저녁 시간에 부산에 내려오는 KTX입석은 이렇게까지 힘들지 않았는데,
어제 늦게 자 새벽4시도 전에 일어난 피로에다
잠잘 시간에 타고 가는 거라 그런지 엄청 힘들었다.
나는 견디다 못해서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통로 한 켠에
그것도 출입문 바로 앞에 떡하니 쪼그리고 앉아 버렸다.
이번에 보니 지난번보다 입석표를 더 늘린 듯 하다.
같이 입석표 모두가 매진되었던 지난번엔
통로들의 이런저런 공간들을 통해 편하게 앉아서 왔던건 같은데...

동생의 불만에
나 역시도 참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KTX
4만원이나 내고 구석에 쪼그려 앉아 가는 신세라니...ㅠㅠ
그리고 조금전 KTX입석을 네이버 검색창에 쳐보니
여기저기 불만에 가득찬 블로그의 글들이 보인다.

하지만 이따위의 입석표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리고 이렇게 불만을 터뜨린 사람들도
나중에 아쉬우면 또 KTX입석을 이용하게 될것 같다..하는수없이..ㅠ

갑자기...이런게
사람들이 그렇게 찬양해 받들어 마지않는 자유로운 경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그걸 원하니까
(비싸고 불편하고 어이없더라도) 그런 상품들이 존재하는 사회.
하는수 없이 사람들은 짜증나더라도 그런 상품들을 구입해야 하는 사회.
그런게 사람들이 찬양하는 자유로운 경쟁의 사회이고, 신자유주의의 사회이다.

(백번을 양보해서) 자유로운 경쟁이 사회의 근간을 이루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마치 만능인 사회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이 자유로운 경쟁속에는 너무나 많은 폐해들이 있기 때문에...
자유로운 경쟁속에서
성산업은 그것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정당한 것이 되어버리고,
헐리우드 영화가 80%를 차지하는 영화산업구조는 헐리우드 영화가 더 재밌기에  정당한 것이 되어버리고,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원하기에 그들의 최소한의 인권조차 무시한채로 막부려먹고,
영화산업 노동자들이 영화를 찍기를 원하기에 그들의 최소한의 보호조건들조차 무시해버리며
개방하면 개방할수록 자유로운 경쟁을 하는 경쟁력있는 사회로 나아가기 때문에
한미FTA는 (수많은 피해를 감안하면서) 미래를 위한 선택이 되어버린다.
왜냐면 그들에게 미래는 자유로운 경쟁사회이기 때문에...

이러한 폐해들은
자유로운 사회라는 만능적인 선택을 향한 대의 앞에서 꼬리를 내려버릴 수 없다.
미국의 거대한 영화산업앞에 초라한 한국의 영화산업은 애초 불가능한 경쟁임에도
자유롭게 경쟁하라고 한다.
그래야 더 경쟁력이 생긴다고 한다.
자유로운 경쟁의 사회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걸 생산하는 건 언제나 정당한 거다.
하지만,
사회에서 생산되는 상품은
단순히 원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런 상품이 존재하는게 아니라
그런 상품들은 사회와 최소한의 인권, 최소한의 양심, 최소한의 보호, 최소한의 도리안에서 존재해야 하고
따라서 만약 KTX입석이 신속한 귀성길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면
그것은 최소한 보조석 정도는 제공할 수 있는 편의속에서 판매되어야 한다.
그것이 판매자의 최소한의 양심과 도리이며 승객을 위한 최소한의 보호 이다.
내가 생각하는 자유로운 사회는
그 근간이 자유로운 경쟁을 차지하더라도
그 폐해들을 위한 수많은 보조 장치들을 가져야 한다.
자유로운 경쟁은 언제나 말썽을 일으키기 때문에
그 말썽을 줄일 수 있는,
더욱 많은 보조 장치들을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사회는 흘러가야 한다.
그런데도 사회는 반대로 흘러가는 듯 하다.
신자유주의란 명목 아래, 개방이라는 명목 아래
그 최소한의 보조 장치들을 풀어버리고 있는 사회이다..
그리고 이젠 더 이상 그 누구도 이걸 통제할 수 없게 되어버린듯 하다.
이 땅의 사람들 대부분이 여기에 어떻게든 적응해
내 한 몸 잘 살아보자고 발버둥치고 있기 때문에...
 

'生活의 發見' 카테고리의 다른 글

1인시위-끝나지 않은 200일의 기록  (7) 2007.03.13
3.1 마라톤  (1) 2007.03.02
올림픽 공원  (0) 2007.02.11
미루는 습관들  (4) 2007.02.05
낯부끄러운 기사  (2) 2007.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