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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an)

나에겐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이 있었다.
일상생활에서 그러한 버릇은 거의 없어졌지만,
하지만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스포츠 경기나 영화를 볼 때면
나의 그 버릇은 재발되곤 한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입에서 손을 땔 수 없게 한 영화였다.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하며
일약 유명해진 이 영화의 제목만을 보고
이상한 복지정책(?)에 관한 이야기 혹은 노인들에 관한 잔잔한 이야기는 아닐까
라고 착각 하기도 했으나,
영화를 만든 감독은 코언 형제였다.
사실 그들의 작품을 본 것은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The man who wasn't there)
가 유일하지만 꽤나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단적으로 말하면, 영화는
미국 서부의 황야한 벌판과 미국-멕시코의 국경 근처에서 벌어지는
무자비한 한 살인마에 대한 이야기이다.
무자비한 살인마에 관한 이야기란 점에서,
그리고 매우 무자비하게 살인을 저지르는 모습들에
그리고 3가지 주체가 움직인다는 점에서
한국영화인 <추격자>와 매우 닮았지만 또 한편 다르다.
우연히 살인현장을 목격하고 돈가방을 가지게 된 한 사람과
그 돈가방을 쫓는 한 살인마
또 그 살인마를 쫓는 한 보안관(경찰)
가 만들어내는 이 영화는
너무 촘촘해서 도무지 끼어들 틈이 없고,
정말로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도록 만든다.

그리고 이 세 주체들은 각각이 너무 고수이기 때문에,
각자의 축을 쉽게 내어주지 않고
조금만 놓치면 곧바로 끊어질 듯한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이야기를 끌어 나간다.
그리고 영화는 그 긴장감을 위해
빨리 하거나 넘치는 무언가를 시도하는 대신
절제의 미덕을 이용한다.
텅 비어 있는 밤, 황야의 살인현장에서 저기 불빛이 하나 나타나는 것만으로
그 화면은 충분한 긴장감을 제공하는 식이다.
수많은 사람을 죽이기 위해
살인마는 처절하게 싸우지 않고,
그냥 총 한 방으로 간단하게(?) 처리힌다.
그것이 그 살인마를 더 무섭고 무자비하게 보이도록 만든다.

영화는 1980년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긴 하지만,
그리고 특별한 이유없이, 전혀 설득력 없는 이유로
무지막지하게 사람을 죽이는 그 살인마는
오늘날 미국의 모습과 일견 닮아있다.
아마도 작가도 그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었을까?

주인공의 헤어스타일부터 옷을 건네주는 아이들의 묘한 여운까지
이 무지막지한 걸작에 대해서는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듯 하나,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너무 재미없는 이야기를
계속하는 것은 지루하기만 할 듯 하다.

<추격자>도 굉장히 멋진 영화임이 틀림없으나,
아마도 이 무자비한 걸작이 한 수 위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