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ine+Book+Tv+Etc

영화 <비스티 보이즈>(Beastie Boys)(윤종빈 감독, 하정우, 윤계상, 윤진서 등)

le vendredi 02 mai 08

1.예전에 한 선배는
 사는게 힘들때면 병원 응급실앞에 가서
피를 철철 흘리면서 혹은 고통스러워하며 응급실로 실려 오는 환자들을 보면
살 맛이 생긴다고 했다.

요즘은 일도, 인간관계도, 공부도, 사는 것도 힘들다.
일을 그만두어야 할까를 정말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고
처장님은 나에게는 웬만하면 하지 않던 잔소리들을 쏟아내고
사람들을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무서워지고
30살을 불과 1년 앞둔 이 나이에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이렇게 그냥 그렇게 살아도 되는 건지,
그리고 가끔은 나보다 어린 나이에도 뛰어난 두각을 나타내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내 인생은 왜 이런건지 한탄도 해보고.
블로그에다 글도 못 적겠고,
정말 허우적대는 삶을 살고 있었고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오래전, 그러한 기분을 느꼈던 어느 날
나는 실제로 병원 응급실앞에 가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선배의 말처럼 피를 철철 흘리거나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은 보기 쉽지 않았고,
그 선배의 말은 그다지 현실성 없는 얘기였구나라고 생각했지만,
나보다 더 힘든 삶을 사는 사람들을 보며,
내 삶의 힘을 얻는다는 논리는
비윤리적이긴 하지만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가 영화 <비스티 보이즈>를 보러가기로 결정했던 건
그러한 삶의 힘을 얻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2. 하지만 내 삶의 총체적 난국은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와 같은 문제도,
'돈과 같은 절대적으로 고통스러운' 문제도,
아닌 단순히 센티멘털리즘적인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것이었을까?
오랜만에 사람들로 북적이는 시간에
혼자서 영화를 보러 갔더니,
문득 누군가와 영화보러 왔던 설레던 기억 하나가 떠오른다.
그 날 아마 영화는 안 봤지만, 많은 일들이 있었지.
이미 지웠지만, 쉽게 잊어버리기 힘든 전화번호는 내 머리속에 남아,
그냥 어떻게 지내는지 전화나 한번 해볼까 생각은 해봤지만...

그냥 추억으로 남길련다.
살면서 그런 추억 하나쯤 있는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인가란 생각을 하며
그리고 그것도 그리 오래지 않은 아직은 생생한 추억이란데 위안을 삼으며.
 

3. 이 영화는 <용서받지 못한 자>로
어린 나이(나보다 한 살 많으며 용서받지 못한 자를 만들때는 약 2-3년전)에
주목을 받았던 윤종빈 감독의 2번째 작품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용서받지 못한자>(윤종빈 감독, 하정우, 서장원, 윤종빈 등)
-왼쪽은 윤종빈 감독, 오른쪽은 하정우

물론 학부 졸업영화였던 <용서받지 못한자>보다
훨신 세련되어진 스타일이야 당연한 거고,
그는 관계들을 묘사하는데는 정말로 탁월한 능력을 지닌 것 같다.
영화는 잘 알려진 대로
호스트바 남자들의 이야기인데,
내가 그 쪽 사람들의 삶이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밤사이 단란한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삶을
지금껏 어떤 영화에서 봤던 것보다도(<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가장 현실적으로 묘사한 것이었단 느낌이 들 정도였다.
난데없이 죽음(자살/살해)이라는 극단으로 흘러버리는 윤종빈 감독의 이상한 버릇(?)이
뭔가 촌스러워보이기도 하지만,
나름 재밌는 영화였다.
그리고 그의 영화에선 왠지
홍상수의 냄새가 난다. 김기덕의 냄새도...

2006년 8월에 나는 그를 실제로 만난 적이 있다.
당시 청와대 앞에서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1인시위를 했었는데,
난 그 시위의 진행자로 , 그는 시위자로 만났었다.
만나기전부터 난 <용서받지 못한 자>를 이미 보았고,
그래서, 뭔가 대단한 포스가 느껴질줄 알았는데,
그런건 없었고, 또래의 친구같았고,
오히려 그냥 어떻게 저런 영화를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

둘다 서로 어색해하며 별로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던 거 같다.
그때가 불과 1인시위를 시작한지 4일쨀,
 나는 일한지 2달이 되던째라.
1인시위에 관한 이상한 엄격함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의 1인시위 당시 사진


4. 하정우는 <추격자>의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추격자>가 우연이 아니었음을 보여주었다.
아마도 멀지않아 한석규, 최민식, 설경구, 송강호 와 같은 급으로
한국영화의 연기 계보를 이을 연기자로 인정받을 듯.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혹시 홍상수 영화에 출연하기 위해
미리 연습해둔 것은 아닐까 하는 정도로,
그의 영화에나 나올 수 있는 인물의 모습을 간간이 보여주었다.
윤종빈 감독의 영화가 탁월한 현실 묘사를 보여주는 건
그의 탁월한 연기력에 상당부분 기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윤계상과 윤진서는
하정우에 가려서인지도 모르겠지만,
이 두 윤씨는 이 영화와는 왠지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윤계상은 그 전 영화를 본 기억이 별로 없어 잘 모르겠지만
가수 출신 배우의 기대수준보다는 잘 한듯 보이지만,
윤진서는 그 전 영화들에서 그에게 가진 기대가 컸지만,
만족스럽지는 않았던 것 같다.

사실 나는 배우의 연기가 어떤게 잘 하는 건지 잘 모르지만,
내 느낌대로 그냥 한 번 평가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