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때부터 스포츠를 엄청 좋아했다.
물론 둔한 운동 신경으로 할줄은 모르고 보는것만 좋아한다.
초등학교 2학년때 88서울올림픽의 경기를 보며 매일 일기장에 썼고,
어릴적 가장 큰 소망은 야구장에 가는 것이었으며
고등학교때는 시험기간이 끝나면 항상 야구를 보러 갔고,
고등학교때 자습시간에는 라디오로 야구를 듣고,
때론 수업시간에 몰래 박찬호 경기의 라디오중계를 듣기도 했다.
90년 이탈리아 월드컵(지금처럼 월드컵에 큰 관심이 없던 시절)때는
부모님이 주무시는데도 혼자 알람시계를 맞추고 일어나 새벽경기를 모두 시청하기도 했다.
(물론 당시 우리나라는 3전 3패로 탈락했다. 내 또래중에 90년 월드컵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더라.)
90년 월드컵 이후 거의 모든 경기를 시청했는데
어제의 독일과의 경기는 그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했다.
내 기억에서 가장 인상적인 경기는
군대에서 봐야했던 2002년 한일월드컵의 이탈리아전이고 그 외에도
94년 미국월드컵의 스페인전(2대0으로 지다가 후반 40분이후 2골을 몰아넣어 극적인 2대 2 동점 기록- (이 당시에는 학교에서 수업시간 중에 아이들과 같이 봤어서 더 재밌었다.)
94년 미국월드컵의 독일전(3대0으로 지다가 후반전에 3대2를 만들고 계속 몰아붙이던 경기)
2002년 한일월드컵의 폴란드, 포트투칼전
2006년 독일월드컵의 토고전
2010년 남아공월드컵의 그리스전, 우루과이전
그 경기들 모두 인상적이었고, 재미었지만
이번 독일전은 또 다른 감동이 있었다.
그전까지의 경기력이 실망스러운 점이 있었고,
독일은 누가 뭐래도 최강국이었고,
우리나라의 앞선 경기력은 질 것이 거의 확실해 보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축구는 22명이 90분간 공을 따라다니다가
결국은 독일이 이기는 게임이다."
가 틀렸음을 대한민국팀이 증명했고,
이 명제를 남겼던 영국의 전설적인 골잡이이자 축구해설가인 게리 네이커는 이 명제를
"축구는 22명이 90분간 공을 따라다니다가
결국은 독일이 이기는 게임이, 이제는 아니다."
라고 수정했다고 했다.
그래서 기분이 좋아져 계속 외신을 찾아보고 기사를 찾아보고 골장면을 보고 또 보고...
그리고 이런 토너먼트에서 마지막 경기를 이긴다는 것은 매우 특별한 일이다.
이번 대회 이 영광은 오직 4팀에게만 돌아가게 되었다.
16강에 오른 팀들의 경우 우승팀을 제외하고 모든 팀은 패배로 대회를 마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16강에 오르지 못한 팀들의 경우 마지막 경기를 승리하지 못할 기량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다.
내가 찾아봤더니 이런 영광을 누린 국가는
A조의 사우디, C조의 폐루, 우리나라 그리고 누가될지 모를 이번대회 우승팀 뿐이다.
사우디와 페루가 꺽었던 국가와 우리가 이긴 국가는 질적으로 다른 팀이라
아주 큰 영광이기도 한다.
근데 사실 월드컵에 관한 이런 긴 썰들을 풀어냈지만,
사실 내가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들이다.
야구를 보다가 롯데가 끝내기로 경기를 이기면 기분이 매우 좋아진다.
그리고 열심히 기사를 찾아보고 그 기분좋음을 즐기다가도
문득문득 허무해진다.
그리고 이런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다.
"난 스포츠에 왜 이렇게 즐거하는거지?"
사실은 그렇게 즐거워할 필요없다.
그냥 스포츠일 뿐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은 스포츠는 우리의 즐거움을 위해 존재하고,
스포츠 선수들은 그것을 위해 돈을 버는 것이다.
우리는 단순히 즐겁지 않다면 안 보면 그만인 것이고,
즐거우면 즐겁게 즐기는 되는 것 아닌가?
그게 내 생각이다.
스포츠를 이렇게 좋아하다보니
내가 휴대폰으로 살펴보는 뉴스의 70%는 스포츠 관련 뉴스이다.
월드컵 기간 월드컵 관련 뉴스들을 열심히 살펴봤는데,
볼 때마다 불편하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기사들도 자기들이 마치 감독이 된냥
국가대표팀의 감독, 선수들을 비판하기에 바빴고
댓글들은 온갖 욕들로 도배되어 있었다.
스포츠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난 잘 모르겠다.
근데 이런 우리나라에 비해 독일의 반응은..
만약에 우리나라에서 독일대표팀에서 생긴 일들과 같은 일들이 벌어졌다면
우리나라 대표팀 선수들은 국민들을 피해 몰래 귀국해야 할지 몰랐다.
정말 가루가 되도록 까였을 것이다.
어떤 선수들은 평생 마음의 상처로 경기력이 급격히 하락하여
극복하지 못하고 그저그런 선수로 살아갈지도 모를 일이다.
근데 독일의 반응은
'눈물', '안타까움', '슬픔', '실망'정도였다.
그리고 심지어 독일의 감독은 유임되었다.
그리고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난 우리나라가 이랬으면 좋겠다.
평소에 축구에 관심이 없더라도 월드컵 시즌에만 감독이 된 것처럼 말할 수는 있지만
어느 정도만 했으면 좋겠다.
지더라도 그것이 분노가 아니라
아쉬움이나 슬픔이었으면 좋겠다.
스포츠는 스포츠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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