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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活의 發見

여유일까?

정신없었던
3월과 4월을 보내고,
다시 마음의 여유를 되찾은 5월이었다.

2시의 롯데 야구중계를 마다하고
너무나 간만의 외출을 했다.
종로에서 영화를 한 편 보고
안국동과 삼청동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을 생각이었다.

볼려고 했던 영화는
코레에다 카즈히로 감독(<아무도 모른다>)의 신작 <하나>.
씨네코아에서 1시30분에 상영한다는 걸 확인했고,
점심을 먹은 후,
카메라에 필름1롤을 장착하고,
집안을 깨끗이 정리한 다음,
정돈된 마음으로
시간을 맞추어 외출했다.

그렇게 1시 25분즘 극장에 도착해보니
<하나>는 1시10분부터 이미 상영을 해버렸다.

<하나>를 보고 3시30분이 되면
옆에 있는 커피가게에 가서 혼자 커피를 마시며
영화에 대한 생각들을 수첩에다 정리하고
이후에 사진을 찍으러 가야겠다고 생각 했던
나의 계획들은
완전히 어긋났고,
할 수 없이 2시 50분의 <캐쉬백>이란 다른 영화를 예매한 후에
먼저 커피가게에 들렀다.

언제나처럼 아메리카노 한잔을 들고
창가쪽 자리에 앉았다.
새로산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다
카메라와 주문한 커피와 수첩을 배치해 사진을 찍기도 했고,
수첩에 이런저런 글들을 적기도 했다.

계획은 완벽하게 어긋났지만
우연하게 찾아온 영화가
틀어진 상황들을 보상해 줄 수 있기를 기대하며
영화를 기다리는데,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뭐..특별한건 없었지만,
그냥 마음이 너무나 평온했고,
머리가 상큼하고 맑아지는 듯 했다.
이런게 바로 여유인가?

지금까지 계속, 나는 착각했던 것 같다.
이불도 개지않고, 씻지도 않고, 옷도 여기저기 늘려있고, 엉망인 방속에서
적당히 끼니를 때우며
아무생각없이 적당히 누워서
야구를 보는게 나는 여유라고 생각했고,
이것이야말로
피곤했던 주중의 예민해진 신경을 뒤로하고
정말로 마음편하게 주말을 보내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었다.
밖에 나가서 광합성이라도 하는게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나가기 귀찮다는 생각을 이기지 못했고,
집에 있는게 편안하고 여유있는 재충전할 수 있는 주말을 보내는 방법이라고
나 스스로 위안했다..

하지만 그러한 생활을 몇 번 반복하면서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든다.

이렇게 밖으로 뛰쳐 나와서
좀 더 밝고 맑은 정신상태로
이런저런 생각들도 하고,
이런저런 글들도 적고,
영화도 보고,
돌아다니기도 하는게
여유였는데,
지금까지 나는 모르고 있었단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유란 시간 사이의 비어있는 물리적인 틈을 의미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리고 그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물리적인 틈들을 채워내는 시간은 아닌 것이었다.
적극적으로 틈들을 발견하고,
그 틈들을 다양하고 그리고 새롭게 채워나가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스스로를 다시 발견해나가는 것.,
이 아닐까 하는..

자주 나와야겠다.
이렇게 혼자라도.
오늘은 이런 기특한 생각을 한 것 만으로 충분히 보람되고 즐거운 하루였다.
영화야 재밌든가 말든가...

머뭇거리기만 하기에 세상은 너무 빨리 흘러가는 것 같다.
벌써 태어난지 27년하고도 1개월이 지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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