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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시위에 직접적으로 참가하게 된 계기는 지난 1월 3일 방은진 감독의 1인 시위 취재차 청와대 앞을 방문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방은진 감독이 플래시를 받으며 언론과 인터뷰를 할 때 현장 한쪽에 있던 윤형각 활동가는 "저 혹시 다음에 1인 시위 주자로 나서 주실 수 있나요"라고 물었다. 윤 활동가는 시위자를 섭외하는 등 청와대 앞 1인 시위를 진행해 왔다. 그 제안에 나는 흔쾌히 "네, 다음에 꼭 할게요"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3번째 연락이 왔을 때에야 참여하게 됐다. 사실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이 발표되고 스타 영화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던 1년 전 이즈음에는 '스크린쿼터가 축소돼도 상관없지 않겠는가', '스크린쿼터 있어도 어차피 스크린 독점은 막을 수 없을 텐데' 등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자가 돼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운동 현장에 취재를 다니면서 이 문제가 언론으로는 전달되지 않는 많은 문제들을 목격하게 됐고, '그 파급력이 지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수 있겠구나'하고 생각하게 됐다. 무심하기만 한 청와대 주변 날씨는 추웠다. 지난 주말 난데없이 머리를 짧게 자른 탓에 바람은 더욱 차게 느껴졌다. 하지만 더 차가웠던 것은 청와대 앞을 지나는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피켓을 앞뒤로 매달고 서있는 나는 그들의 시선을 붙잡지 못했다. 사람들은 외투에 고개를 파묻고 서둘러 지나쳤다. 또 청와대 주변에서 경계를 서는 경찰들과 경호업체 직원(?)들도 무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185일의 1인 시위가 그들에게는 너무 익숙해져 있는 탓일까? 이는 택시를 타고 청와대를 향하는 길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경찰들은 지나가는 차를 잡고 "어디 가시나요? 무슨 일로 오셨나요?"하고 묻는다. "스크린쿼터 1인 시위 하러 갑니다"라고 대답하자 더 묻지 않고 길을 내어준다. 그들은 이미 185번이나 같은 답을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유일하게 피켓을 유심히 읽고 나에게 말을 걸어온 사람은 어느 중년부부였다. 먼저 그들은 경복궁 근처의 한 장소를 물었다. 그리고 피켓의 문구를 읽고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이 우리한테도 필요한 거 아닌가요, 우리 정부가 서두르는 것 같기도 하고요"라고 말한다. 그래서 "7월 1일로 시한이 만료되는 신속무역협상권(TPA) 때문입니다, 미 의회의 간섭 없이 부시 행정부가 교섭할 수 있는 권한인데요, 거기에 맞추려고 서두르는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이것이 이날 지나가는 사람들과 내가 한 말의 전부였다. 하늘은 유난히 파랬고, 눈앞의 청와대는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해 보였다. '내 가슴과 등에 적혀있는 이 문구들이 저 안에 있는 사람들의 눈에 보일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러나 이내 부질없다는 생각에 쓸쓸함만이 느껴졌다. 너른 들판에서 홀로 소리를 외치는 느낌이랄까. 시간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흘러갔다. 1시간 동안 많은 관광객들이 청와대 앞을 찾았다. 윤형각 활동가와 얘기하다가도 관광객들이 지나갈 때는 대화를 멈추고 사뭇 진지한 표정을 연출했다. 일본인 관광객들은 "무비, 무비"하며 오랫동안 피켓을 쳐다보며 지나갔다. 그때, 행여 저 사람들이 한국의 영화배우가 참 못났다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하는 실없는 염려를 하기도 했다. 그래서 "난 스크린쿼터가 원상회복되기를 바라는,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라는 말을 꼭 전해주고 싶었다. 한 시간에 걸친 시위가 끝나고 참가소감을 적어야 했다. 날도 춥고 손도 얼고 해서 현장에서 쓸 수 없었다. 우선 윤형각 활동가와 함께 경북궁역으로 향했다. 참가소감기를 펼치는 순간 무슨 말을 써야할지 한참 고민했다. 쓸쓸하기도 했지만 내 한 시간이 스크린쿼터 원상회복을 위한 긴 여정을 이어갔다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싸움에 '지금', '누군가'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고민을 모두 적을 수 없어 결국 평소 생각하던 것을 적었다. "스크린쿼터 원상회복 노력과 동시에 내부다양성 문제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관객들이 움직일 것입니다." 내 첫 번째 1인 시위, 영화인대책위의 185번째 청와대 앞 1인 시위는 그렇게 끝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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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원(jumsonyun)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