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라톤 도전은 아쉽게 실패로 끝났다.
풀코스 도전 전, 그 가능성을 시험해 보기 위해, 그리고 연습을 겸해서
3월1일 한겨레 YTN 31절 기념 마라톤대회에서 30km대회에 도전했는데,
약 20km지점에서 그만 포기하고 말았다.
12-13km 정도 까지는 기세좋게 달렸다.
발목과 발바닥에 약간의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으나
심각한 정도가 아니었다.
목표였던 3시간 10-20분대 기록을 뛰어넘는
약 2시간 40-50분대의 기록까지 충분히 노려봄직한 속도로
꾀나 여유있게 일정한 속도로 달렸고,
조금 힘들긴 했지만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근데 14km를 넘어가며
발목과 발바닥의 통증이 가중되고,
배가 너무 고파 힘이 부치기 시작했으나,
(7시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마라톤은 10시에 시작했다)
반화점인 15km 지점에 있을 간식과 음료를 생각하며
힘을 내어 열심히 달렸다.
근데 15km에 이르렀을때,
반화점이 15km지점이 아니란 걸 알았다.
기대했던 간식도 음료도 없었다.
분명히 안내책자에는 15km로 나와 있었고,
15km 지점에는 간식으로 바나나와 음료가 준비되어있어야 했는데 말이다.,
(이번 대회의 표지판 설치는 완전 엉망이었다.
나의 마라톤을 망쳐놓은데는 표지판의 영향도 크며,
홈페이지를 가보니 이에 대한 비난글들이 쇄도하고 있었다)
그렇게 기대가 어긋나며 힘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는 약 1-2km를 더 달리자
반환점이 나왔고, 반환점에 있는 건 물뿐.이었다.
다시 달리기 시작했으나, 페이스는 이미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한 뒤였고,
약 17.5km지점에 이르렀을 때,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잠시 쉬어가고자 했고,
잠시 쉬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으나,
강한 맞바람까지 계속해서 불어오는 바람에 앞으로 나가기가 너무 힘들었다.
혼자서 소리를 지르며 기압도 넣어보고,
가는 길에 안전요원을 통해 발목 주변으로 파스도 뿌려보며,
나름 별짓을 다했으나,
무리였다.
그렇게 서다 뛰다 걷다를 반복하다가
걷기도 힘들 지경이 되어
20km지점에서 급기야 포기하고 말았다.
어제 발을 씻다보니,
오른쪽과 왼쪽 각 네 번째 발가락 앞부분에
시커먼 멍이 들어있었고,
오른쪽 발바닥 부위는 통증때문에,
여전히 약간 절뚝거리며 걷고 있다.
최선을 다한 도전이었으나,
원래 그렇게 강하지 않은 몸으로
마라톤 30km를 특별한 장거리 훈련없이 도전한다는건
애초에 무리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3월 16일에 있을 대회도 과감하게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마라톤에 더 이상의 아쉬움은 없을 듯.
또 다시 기회가 된다면,
하프부터 천천히 다시 시작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그 때는 동호회에 가입해
같이 훈련을 받아야 할 것이다.
암튼,
이렇게 생각했던 목표를 하나 접어버리고 나니,
뭔가 허전함이 많이 느껴진다.
내가 해야할 무엇이 없어진 느낌이랄까?
스크린쿼터문화연대에서 일하고,
교육대학원을 다니는 건 내가 해야 하는 일로 하고 있는 거지만,
그래도 나에겐 일과 대학원 외에도 많은 여유시간이 있으니 말이다.
지지난 글인가
비행기처럼 세상 한 가운데를 꼿꼿하게 가로지르는
그런 삶을 살고 싶은 꿈하나 가져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고 했지만,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며 그 풍경에 잠시 반해
이렇게 이야기하면 멋있겠다 싶은, (물론 일부 사실이기도 하지만) 그냥 해 본 말이었고,
정말 꿈,
혹은 구체적인 꿈,
혹은 추상적인 꿈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
하나쯤은 있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언제나 꿈 같은 건 필요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리고 한 방향으로만 삶을 몰고 가는 것도 위험한 일이고
그다지 바라는 일은 아니다.
그리고 물론,
"길은 내가 만드는 것, 한번 뿐인 인생 안에서...
길은 원래 없었던 것, 흘러 흘러 가며 만드는 것... "(이상은의 '좁은 문')
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럼에도 말이다.
그냥 막 살아가기엔 너무 많은 나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의 많은 여가시간을 목표없이 보내기엔
목표를 잃고 흩어진 시간들이 너무 방황할 것 같았다.
분명 어떤 목표가 필요할 것이다.
잠시 시간을 두고 천천히 생각해볼 일이다.
근데, 다른 사람들은
다들 무슨 꿈을,
혹은 무슨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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