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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活의 發見

내 인생의 편집점


버라이어티 쇼를 보다보면,
일부 스타들이 (재미를 위해) 혹은 실수를 하거나, 새롭게 하고 싶을 때,
자체적으로 "편집점"을 지정하고,
다른 시츄에이션을 만들거나, 다른 멘트를 할 때가 있다.
그렇게 뭔가 새로운 걸 할 요량으로 이것저것 시도함에도
편집점 이후 잘 되는 경우들도 물론 있지만
대부분은 다른 실수로 점철되어 시청자들에게 더 큰 웃음을 준다.
(큰 웃음 거리만을 위해 대부분 편집점 이전을 보여주지 않아서 인지도 모르지만)
아마도, 그러한 실수들은
앞에 했던 편집점 이전의 실수들을 완전히 버리지 못하고
그 실수들이 머릿속에 여전히 맴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오늘이 웬지 내 인생의 편집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1년을 넘게 살아온 내가 살고 있는 이 집이
오늘따라 유난히 낯설게 느껴진다.
그리고 언제나와 같았던 일요일 역시
오늘따라 유난히 낯설게 느껴진다.

지난 12월 결혼했던 동생이
직장때문에 나랑 쭉 같이 지내다가,
엊그제 새살림이 있는 울산으로 내려갔다.
아마도 그래서인지도 모르겠다.
혹은 지난 한 달간 내가 매달렸었던 일에 대한
기억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한 달간 다른 걸 제쳐두고 그 일을 위해 나름의 최선을 다했음에도,
좋지않은 결론이 보이는 일을 계속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고,
포기의 수순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렇게. 나는 방이 2개나 있는
집에서 혼자가 되어버렸다. 완전히..
아마도 전세계약이 끝나는 날까지는 여기서 살아야 할 듯 싶다.
이왕 사는거 넓게 잘 활용하자 싶어,
어제와 그제, 방의 구조들을 완전히 바꾸어버렸다.
그래서 이 집이 이렇게 낯설어보였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다음주면 새로운 학기도 시작되고,
다음달이나 늦어도 다다음달엔 사무실에서 새롭게 사람들을 뽑고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새로운 것에 대한 설렘속에서도,
그리고 지금껏 세상에 나처럼 혼자서 무언가를 잘 하는 사람도 많지 않겠지
라고 생각하고 살아왔었으면서도
나는 이상하게 지금 다시 혼자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다.
그 외로움을 다시금 잘 견디어 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서울에 올라와 느꼈던 처음 혼자였던 순간은 잘 견디었지만,
3년을 동생과 함께 살았고,
그리고 지난 한 달을 통해 같이 있는 것의 즐거움을 알아버린 지금.
다시금 혼자가 되는 것이
꽤나 막막하고 두렵게 느껴진다.

나는 내 인생의 이 편집점이
버라이어티쇼에서처럼
긴장감에 혹은 앞의 실수가 계속 머리속에 맴돌아 있기 때문에
또 다른 실수들이 반복되는 일이 없기를 바래본다.
확률이 낮을지 모르지만,
정말 좋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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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역시 마라톤을 하러갔었다.
한강을 열심히 달리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비행기(아마도 제트기?) 한대가
한 줄기 하얀 연기를 내뿜어며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 한 가운데를 가르며 날아가는데,
그 광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 광경을 바라보다 문득,
꿈이 없다고 했던 내 삶에,
저 비행기처럼 세상 한 가운데를 꼿꼿하게 가로지르는
그런 삶을 살고 싶은 꿈하나 가져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그리고 앞으론 잠시 접어두었던
세상을 향한 촉수를 다시 한 번 뻗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였다.
그리고 아마 블로그에 글도 훨씬 더 자주 올리게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