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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活의 發見

31살의 이형택

어제는
2007 US OPEN 4R <Lee vs Davidenko>
를 위해 새벽부터 일어났다.
나름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써내려가고 있는 31살의 이형택과
세계랭킹 4위와의 대결이었다.

최근에는 이상하게 테니스 경기에 관심이 끌린다
물론 하지는 못하고 감상일 뿐이지만..
네트를 사이에 둔 다른 구기종목과는 달리
테니스는 공이 땅에 한 번 닿은 다음에 플레이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플레이에 약간의 여유가 있다는 점
탁구처럼 스핀에 의해 허무하게 승리가 날아가지 않는다는 점
이 매력적인 것 같다.
메이저 대회에서 남자 경기의 경우 5세트이고 길 경우 4시간 이상 경기가 늘어지기도 하지만,
실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자기의 서브게임이 굉장히 유리하기 때문에
그것만 잘 지키면 균형을 맞춰나갈 수 있고,
따라서 한 순간 방심하면 승부의 추가 넘어갈 수도 있어서
긴 시간에도 지루하지 않고 경기내내 박진감이 넘친다.

그리고 테니스에 반하게 된 결정적인 경기는
세계랭킹 1위 페더러와 2위 나달의 경기를 보고 나서부터였다.
테니스 문외한이 보기에도
다른 선수들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인간이 구현할 수 있는 거의 완벽함의 경지에 이른
그들의 경기를 보면서 홀딱 가 버렸다.

사실 그들의 경기에 비해서 이형택의 경기는 굉장히 느리고 밋밋하다.
동양권에서는 최고이고
한국에선 아무도 그와는 상대도 안 되며
세계랭킹 40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세계의 탑랭커들과의 실력차는 하늘과 땅 차이다.
그의 경기는 그냥 평범한 테니스 경기일 뿐이다.
공만 왔다갔다하는..
프리미어리그와 K리그의 차이쯤?

하지만 그럼에도 이형택의 경기를 즐겨보는 이유는
그의 경기에 임하는 태도 때문이다.
그에게는 한국의 다른 스포츠 선수에게는 찾아보기 힘든
31살의 나이에 묻어나는 여유로움이 있다.
그리고 그는 단순히 승리에 집착하지 않으며 즐기듯 경기에 임하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이형택은 31살이다.
흔히 언론에서는 31살은 테니스 선수의 나이로 환갑이 넘었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형택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실력이 줄어드는게 아니라
오히려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참고로,
역사상 가장 위대한 테니스선수로 평가받고 있는 페더러는 23살때부터 26살인 지금까지 연속 세계랭킹 1위 기록을 이어가고 있으며
세계랭킹 2위이며, 페더러의 유일한 경쟁자인 나달은 이제 겨우 20살인가 21살이며
1-2년안에 페더러를 넘어설 기세이다.
세계랭킹 3위와 5위 선수도 나달과 같은 나이인 걸로 알고 있다.
US OPEN 3R(32강)에 든 선수중 이형택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는 2명이며
4R(16강)에 오른 선수는 이형택이 유일하다.
야구에서 서양인의 선수수명이 동양인보다 5년이상 길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그리고 동양인중 US OPEN 8강이상에 도달한 적은
4강에 한 번 올랐던 일본 선수가 유일하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동양인인 이형택의 31살은 정말로 위대한 것이다.
 
어제 경기는 세계랭킹4위와의 현격한 실력차를 드러내며
이형택이 3-0으로 완패하고 말았다.
터닝포인트가 될만한 순간이 한 두 번 있었으나
이형택이 그 기회를 잡지는 못했다.

다소 허무하게 졌지만
그는 즐거워했고,
그런 그의 경기를 보는
나도 즐거웠다.

나도 인생을 즐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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